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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향기 속으로

<지하철> 시인 박인걸

지하철

詩人 박인걸

나는 지하철이다

내 몸은 꿈틀대는 뱀과 같은 존재다

내 몸속에 인간들이 득실거린다

나도 가끔은 성질을 내고 소리친다

내가 가는 길은 늘 정해져 있어 언제나 지루하다

 

나는 지하철이다

내 몸은 내 맘대로 갈 수가 없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들이 한다

내 몸을 인간은 마구 다룬다

 

나는 어둠을 좋아한다

내 몸이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제일 행복하다

내 몸속에 인간들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꿈을 꾼다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리는 꿈

 

나는 지하철이다

나는 마지막 시간 종착역이 싫다. 인간들이 내 몸에 배설한다

나는 지하 플랫폼이 무섭다 인간들이 나를 째려본다

나는 가끔 인간들이 무섭다 마구 달려든다

 

나는 지하철이다

내 몸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른다

내 몸은 인간들이 만들었다

나는 그래서 인간들의 평생 노예다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