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채널 김고(金高) 기자 | 지난해 말 뜻밖(?)의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여성의 국제결혼 재혼 상대남으로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다는 통계다.
그간 대한민국 사회의 국제결혼 양태를 들여다봐야겠다.
광복 후, 그러니까 지난 1945년 이래 한국여성의 국제결혼 상대남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밖에 미국이나, 유럽 등 일반적으로 한국여성의 국제결혼은 우리보다 소득이 높거나, 긍정적 국가 지표가 높은 나라의 남성이 선호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2022년 한국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은 3319명으로 조선족(중국동포)과 중국을 제외하곤 압도적으로 높다. 같은 2022년 한국여성이 재혼한 외국인 남편 국적은 1위가 베트남 556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중국(446명) 그리고 미국(141명), 필리핀(46명), 일본(33명)의 순이다. 지난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993~2003한국 여성의 국제결혼 재혼 상대 남성은 일본인이 가장 많아 2003년 일본(1158명), 중국(808명), 미국(277명) 순으로 베트남은 5명에 불과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불과 10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진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그동안 베트남 남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일까? 아니면 가파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베트남 남성들의 소득이나 생활 수준이 우리 여성들이 선망할 정도로 높아진 걸까?
그러나 이 통계에는 조금만 생각하면 눈치를 챌 수 있는 이면이 있다.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대부분의 ‘한국여성’이 바로 前 베트남인이기 때문이다. 2022년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여성 556명 중 86.7%인 486명이 베트남 출신으로 귀화한 여성이다.
위에 언급한 2022년의 한국남성 국제결혼 통계에서 보듯, 베트남 여성은 한국남성의 국제결혼 상대로 사실상 1위에 다름없다. 중국의 경우, 중국 동포(조선족)의 비중이 높은 데다, 국가 인구에 비례하면 베트남 여성과 한국남성의 결혼은 꽤나 높은 비중을 보인다. 한국과 베트남은 ‘사돈국’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다.
한국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결혼이 많으니 이혼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한국남성과 결혼해, 한국국적으로 귀화한 베트남 여성은 재혼 상대로 베트남 남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국남성과의 결혼생활에서 언어나 문화, 육아와 양육과정에서 겪었던 갈등 등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베트남 여성이 애초부터 한국국적을 딸 목적으로 은밀한 뒷거래를 통한 위장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국적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 미련 없이 한국인 남편을 버리고-또는 애초의 약속대로 이혼하고- 모국인 남성과 결혼해 새 남편에게까지 한국국적을 따게 해주려 한다고 싸잡아 비난한다.
그러나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국제결혼이 폭증한 1990년대 초를 본격적인 대한민국 다문화사회의 태동기로 보는데, 이 시기 다문화 결혼을 생각하면 많은 이들이 눈썹을 찌푸리게 된다. 동남아 저개발국가의 어리디어린 신부들을 거의 매매혼의 형태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한국인 남편의 주폭과 학대가 보도되고, 심지어 폭행으로 사망한 베트남 신부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증오가 들끓기도 했다.
다문화 결혼 초창기에 시집온 베트남 등 저개발국가의 신부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학력이나 사회적 성취가 낮은 한국인 남편과 시집에서 많은 고초를 겪은 것이 사실이다. 이혼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고난의 결혼생활을 마친 여성들이 이제 말도 잘 통하고 문화적 동질성도 있는 고국 출신 남성을 원한다는데-법적인 문제도 전혀 없고- 누구도 뭐랄 수는 없다. 색안경을 벗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