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재 찻집 詩人 박인걸 타박타박 오솔길 걷다 보면 한들한들 풀꽃이 나를 반기네 고갯길 넘어 넘어 하우재* 다다르면 햇살 가득 품은 찻집 뜨락에 멜로디 흐르는데 재 너머 하늘 위로 흐르는 뭉게구름은 찻집 그윽한 커피 향기에 취해 지나가는 나그네 쉬어가라 하네 머물다간 그 찻집 그 자리에는 아련한 추억의 향기만 서린다. *시흥에서 부천시 넘어가는 고갯길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정글에서 탈출 詩人 박인걸 빌딩 사이로 겨울 찬 바람이 불어 내 겨드랑이를 지나 다시 목을 휘감아 돌아서 머리 위를 스치면 머릿속에 잠겨 있던 정신이 번쩍 든다 오늘 할 일이 무엇이지 그렇지! 어제 못한 남은 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이 변함없이 바쁘게 굴러가는 동안 일과의 지친 내 심신은 비틀거리고 흐느적거리는 좀비 되어 눈이 퀭할 때 거리에 수많은 사람과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어둠이 내리면 빌딩에 불빛이 정글의 야수의 눈으로 빛을 쏘며 내 불빛이 밝은지 네 불빛이 밝은지 으르렁거리고 서로 잡아먹을 듯 빛을 마주쳐 싸울 때 힘없이 걷던 발걸음은 불빛이 무서워 마구 달려 지하로 내려간다. 이제 안심이다. 한숨을 내리 쉰다 한숨을 쉬고 나니 또 다른 정글이 기다린다 불빛이 아닌 회색 기둥 사이로 굉음을 울리며 포효하는 맹수처럼 나타난 지하철에 수많은 무리가 무섭게 달려들어 간다 이 정글에서 언제쯤 탈출할까? 괜한 걱정에 용기 없는 하루를 보낸다.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
세상에 부르짖다 詩人 박인걸 때로는 침묵하고, 언제나 소곤소곤하고 조용히 한 발 한 발 세상에 내 몸을 내디디며 하얀 가운에 사명감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주문처럼 외운다 아픔과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수많은 생명에게 내가 치유(治癒)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다 신(神)에게 묻고 싶다! 모든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왜 세상에 사라지게 하는가? 돌고 도는 윤회 속에 어쩌다 생명을 갖고 태어나 주어진 시간 동안 삶을 살아가려면 아프지도 말고 늙지도 않게 살고 싶지만 신(神)은 단 한 번만 모든 생명에 기회를 준다 운명대로 살다 가라고 이 세상 모진 아픔을 겪고 있는 생명들에게 부르짖노니 모든 생명은 유한(有限)한 존재다.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목포 아리랑 詩人 박인걸 잘 있거라 삼학도야 울지마라 유달산아 꽃피는 계절 오면 다시 오마 노적봉아 어딜 간들 잊을쏘냐 안개 낀 영산강아 아리아리 아라리요 목포 아라리요 천년이 가고 만년이 가도 보고 싶은 삼학도야 잘 있었니 유달산아 다시 보자 노적봉아 그리운 목포 바다여 아리아리 아라리요 목포 아라리요 엄니 사랑이 기다리는 목포의 항구여 사랑하는 님이 기다리는 목포의 항구여 영원한 항구 목포 아리랑을 불러보자 아리아리 아라리요 목포 아라리요 아리아리 아라리요 목포 아라리요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지하철 詩人 박인걸 나는 지하철이다 내 몸은 꿈틀대는 뱀과 같은 존재다 내 몸속에 인간들이 득실거린다 나도 가끔은 성질을 내고 소리친다 내가 가는 길은 늘 정해져 있어 언제나 지루하다 나는 지하철이다 내 몸은 내 맘대로 갈 수가 없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들이 한다 내 몸을 인간은 마구 다룬다 나는 어둠을 좋아한다 내 몸이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제일 행복하다 내 몸속에 인간들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꿈을 꾼다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리는 꿈 나는 지하철이다 나는 마지막 시간 종착역이 싫다. 인간들이 내 몸에 배설한다 나는 지하 플랫폼이 무섭다 인간들이 나를 째려본다 나는 가끔 인간들이 무섭다 마구 달려든다 나는 지하철이다 내 몸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른다 내 몸은 인간들이 만들었다 나는 그래서 인간들의 평생 노예다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중동 이발관 詩人 박인걸 사각사각 사각사각 가위에 영혼이 잘려 나가고 가위에 세월도 잘려 나간다 오늘 하루도 많은 군상이 거쳐 가고 내일도 사각사각 가위소리에 나이도 비켜나간다 진시황 불로초도 이만 못 하리라 백발이 젊음으로 변하고 젊음이 청춘으로 변하네 오늘도 중동 이발관은 마법 같은 세월을 깎는다.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요즘에 詩人 박인걸 그럭저럭 사는 인생 오늘은 어떠신가요 어수선한 세상에 무슨 일 있겠냐마는 그래도 알 수 없는 것이 요즘 세상이지 않소 내일은 어떻게 사냐고 물으신다면 나도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겠소 언제나 그렇게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은 그 누군들 앞날을 장담하겠소 그저 말없이 앞만 바라보며 걸어가리다 별 볼 일 없이 살아가는 요즘에 내 인생은 왜 그리 힘든지 모르겠지만 한번 사는 인생 한 번쯤 행복하게 살고 싶소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아이의 꿈 詩人 박인걸 아이의 야리야리하고 보들보들한 손 뽀송뽀송한 얼굴에 파란 하늘 같은 깨끗한 눈은 엄마의 사랑스러운 마음속에 미래의 꿈을 그려 봅니다 어디선가 싱그러운 바람이 아이의 꿈을 실어와 높은 산과 거친 들판 지나 넓은 바다를 향하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온 세상을 만들어 봅니다 어른이 되어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아이의 꿈은 그윽한 엄마의 눈길 속에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오늘 박인걸 詩人 오늘 하루가 시작된다 혹여 무슨 일이 있을까 아침부터 설렌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좋은 일 있을까 생각하며 오늘 하루가 궁금해진다 오늘은 작은 기적이 일어나길 언제나 소망하지만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오늘이다 오늘 또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같은 내일이 아니길 기대하며 석양 저 너머로 오늘을 보낸다. 작가 약력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난영의 꿈 詩人 박인걸 어무이 어무이 내가 살던 쪽빛 바다 목포의 별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어요. 아부지 아부지 고고한 학이 되어 그리운 삼학도에 날아오는 것이 나의 꿈이어요. 어무이 아부지 내가 태어난 고향 목포의 노래를 삼천리 방방곡곡 어디든 목 놓아 부르는 것이 나의 꿈이어요.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날 영산강 바람이 실어 보낸 구름 위에 선녀 되어 어무이 아부지 곁으로 달려가 포근히 안기는 것이 나의 꿈이어요. 온 세상에 나의 노래가 메아리 되어 수많은 사람 마음속 별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어요. 난영의 꿈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우리에게 영원한 별이 되어 돌아왔다. 쪽빛 바다 삼학도에!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이념의 늪 박인걸 詩人 옳은 말은 옳은 말이 아니고 틀린 말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설파(設破)하며 인간의 두뇌를 교란할 때 옳고 그름이 누가 주장하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수많은 무리는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각각의 색깔 깃발 아래 머리를 조아린다. 한 세기 지나버린 낡은 책 한 권 그 위를 기어가는 지렁이 같은 문자의 얽매인 노예 되어 내 인생, 네 인생을 걸고 저마다 소리를 내며 내일이 없는 종말을 고하듯 죽기 살기로 피를 뿌린다. 죽음과 탄생이 반복되어 새로운 세대가 새 시대를 창조하여도 무의미하게 남겨 놓은 이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빠져나온 가련한 존재들은 우주 안의 한 줌도 안 되는 조그만 돌덩어리 벼랑 끝에서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붙들고 매달리고 애원하며 피눈물 뿌리는 역사의 굴레 속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다시 사라지는 끝없는 어리석음의 연속이다. 선은 선이 없고 악은 악이 없다는 이념 없는 세상 언제쯤 찾아올까 물음에 우주의 조그만 돌덩어리가 수억 년 흐른 뒤 먼지 회오리 난무하는 붉은 행성같이 변하여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그때가 아닐까. 작가 약력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