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카자흐스탄에서 장대한 스케일의 전쟁 스펙터클 영화가 제작됐다. 아칸 사타예브 감독의 《토미리스-전쟁의 여신》이다. 기원전 6세기 중앙아시아 카스피海 동쪽` 마사게타이 라는 부족의 여왕이 당시 오리엔트를 제패한 대제국 페르시아의 샤한샤(황제) 키루스 2세를 격파한다는 내용이다. 아마조네스 혹은 원더우먼같은 환타지려니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저명한 사학자 헤로도토스가 기록으로 남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었다. 기원전 6세기라면....해모수, 혁거세, 주몽의 개국(開國)연대보다도 4~5백년이 앞선 시기다. 토미리스의 위업은 우리에게나 생소한 것이지, 유럽과 중앙아시아에는 그녀를 소재로 한 이야기와 회화(繪畵)가 즐비하다.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라는 토미리스의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토미리스는 헤로도토스(기원전 484?~기원전 425?)의 〈역사〉에 등장하는 고대 스키타이계(係) 마사게타이 부족의 여왕이다. 태어난 때와 죽은 날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의 위대한 샤한샤(황제) 키루스 2세(재위 기원전 550~기원전 530년)와 전쟁을 치렀으니, 관련해 연대를 짐작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고증하는 토미리스를 보자. 아버지는 마사게타이
1세기의 브리튼 섬(現 영국)은 앵글로색슨族이 아닌 켈트族의 땅이었다. 서기 61년, 이 땅에선 복수는 복수를 낳고, 피는 피를 부르는 참상이 벌어졌다. 로마에서 온 잔학한 압제자들과 그들에게 대항하는 부디카(Boudica/Boadice) 여왕의 사투였다. 로마인들은 브리튼 섬을 브리타니아라고 불렀다. 부디카는 브리튼섬 거주하던 이케니족의 왕 프라스타고스의 아내였다. 로마에 복종하며 평온한 삶을 살던 이케니족은 프라스타고스가 죽은 후, 로마의 배신으로 지옥 같은 현실에 직면한다. 이때 부디카는 “토끼와 여우가 감히 개와 늑대를 길들이려 한다”며 무장항쟁에 나선다. ◆ 부디카((Boudica/Boadice) 생년 미상~61년 서기 43년 로마의 클라우티우스 장군이 브리타니아를 침공했다. 부족 단위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던 원주민들은 압도적인 로마군의 위용에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이케니족의 수장 프라스타고스 또한 그런 부족장 중 한 명이었다. 로마는 그를 이전처럼 왕으로 인정해 주었고, 프라스타고스는 굴종의 댓가로 지위와 평안을 누렸다. 그러나, 서기 60년 프라스타고스가 죽은 후 많은 것이 바뀐다. 프라스타고스는 생전에 로마에 진심으로 복종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기 40년경 베트남(당시 남월-南越 ·이후 남비엣)은 한(漢)나라의 지배 아래 있었다. 기원전 111년 한(漢) 제국에 점령당한 지 150년이 지나면서 남비엣에 대한 침략자의 수탈과 학정은 갈수록 가혹해졌다. 기원전 108년, 역시 한(漢)에 의해 멸망한 고조선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운명을 겪은 것이다. 이 시기, 한나라의 폭정에 맞서 군사를 일으키고 독립국가까지 세운 베트남의 영웅이 있었으니, 쯩짝(徵則 Trưng Trắc), 쯩니(徵貳 Trưng Nhị) 자매다. 영웅적 저항은 비록 짧고 장렬하게 연소됐지만, 쯩 자매의 불굴의 투쟁은 2천 년이 지난 오늘도 베트남 민족의 가슴 벅찬 긍지로 불타고 있다. 쯩 자매 이야기다. ▶ 쯩짝 (14년경~43년) 쯩니(14년경~43년) 한(漢) 태수의 폭정....남편의 분사(憤死) 그날도 어김없이 한나라 병사는 거들먹거리고 다니며 남비엣(南越) 백성을 함부로 대했다. "이 자식! 이 달도 그냥 넘어갈 셈이군! 세금을 못 내면 네 마누라라도 바칠테냐?" "나으리! 용서하십시오. 조금 말미를 주시면 반드시!!! 아악~~!!" 초로의 남성을 닥달하던 한나라 병사가 매달려 비는 그의 아내의 배를 걷어찼다. 아낙은 길바닥에
고대 서방의 정수(挺秀) 로마의 영광을 이어받아 오리엔트에서 꽃을 피운 비잔틴제국 (동로마제국). 비잔티움 양식의 화려하고 세련된 문화에 지중해 해상 무역을 제패하며 부를 거머쥔 6세기 비잔틴제국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이 있으니 바로 테오도라(Θεοδώρα)다. 그는 비천한 댄서 신분에서 황후까지 오른 희귀한 인물로 신데렐라는 명함도 못 내밀 신분 수직 상승의 끝판왕이다. 테오도라의 성공스토리는 행운으로만 돌릴 수 없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재기발랄한 탤런트에, 신비스럽기까지 했다는 미모, 그리고 일당백의 용사 같은 배짱이었다. 비잔틴제국의 황후 테오도라 (500년? – 548년 6월 28일)이야기다. ‘오늘도 틀림없이 올 거야. 그는 내게 반했거든’ 테오도라는 춤을 추면서 관객석을 훑어봤다. 젊고 잘생긴 원로원 의원 유스타니아누스는 요즘 하루가 멀다고 이곳 전차 경기장을 찾았다. 콘스탄티노플(現 튀르키예 이스탄불) 전차경기장 (히포드롬)은 시민들의 스포츠 스타디움이요, 춤과 노래를 즐기는 공연장이자 써커스 광장이었다. 여기서는 곰이나 각종 동물들의 재롱을 볼 수 있고, 격투가의 주먹싸움이 벌어졌으며 시민들을 열광시키는 전차경기가 열렸
제노비아는 서기 260년부터 273년까지 고대국가 팔미라의 왕비였고 태후였으며 후에는 여제(女帝) 지위에 올라 아나톨리아 반도 남동부에서 가나안 , 아라비아 반도 동남부, 이집트까지 광대한 지역을 정복한 여장부다. 놀라운 것은 당대 최강의 제국 로마의 속주(屬州)들을 공격해 팔미라의 영토에 편입하고 자신을 아우구스타(Augusta)라 자칭, 한자문화권에 비유하면 '칭제건원' 하면서 지중해 세계에 팔미라의 자존을 선포했다는 점이다. 시리아 국민이 '우리들의 영원한 여왕님'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제노비아 이야기다. "구릿빛 피부, 진주처럼 하얀 치아, 반짝반짝 빛나는 검고 커다란 눈,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여인, 그렇지만 힘은 강했는데 껴안고 싶은 여성스러움이 있어 아마도 오리엔트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여성이 아닐까?"라는 로마제국 쇠망사의 기록으로 유추해 보건대 제노비아는 오목조목 예쁜 스타일이라기보다 건장하고 잘생긴 유니섹스적 매력을 가졌던 것 같다. 제노비아의 출신과 부모에 대해 조상 대대로 팔미라 지역에서 통상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온 사막 호족의 딸로 어머니는 이집트 여성이라는 설이 있고, 아버지가 로마시민권을 획득한 인물인데 이름을 율리우스 아우렐리
무모한 사랑, 싹수가 노란 내일 일본 도쿄(東京)와 요코하마(横浜) 인근의 이즈(伊豆) 반도. 지금이야 세계적인 인구밀집 지역이자 일본의 중심지지만 1100년대 당시에는 벽지 중의 오지로 사람 살 곳 못 되는 열도의 변방이었다. 이곳에 이즈국(國)이라는 작은 영지가 있었다. 호조 도키마사(北条時政)는 당시 일본의 실세 헤이지(平) 가문을 섬기는 가신(家臣)으로 이곳을 다스렸다. 그는 안 그래도 이런 변방에서 썩어가는 게 원통할 따름인데 요즘 천방지축 ‘딸년’ 때문에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천황과 상황(前천황) 간의 내전인 헤이지의 난(平治の亂; 1159년)에서 패전해 이곳에 유배 온 미나모토(源賴)가문의 요리토모(朝)라는 녀석과 딸 마사코가 은밀히 만난다는 소문이다. 도키마사는 요리토모를 감시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었다. ‘여식(女息)이 유배 온 죄인과 연애를 하다니 절대 안 될 일이다’ 도키마사는 이즈국의 하급관리 야마키 가네타카에게 마사코를 급히 시집보냈다. 도키마사는 이제 한 시름 놨다고 생각했지만.... 마사코가 목침으로 새신랑의 뒷통수를 쳐 기절시키고 비바람 치는 밤을 달려 요리토모가 머물고 있는 깊은 산 속의 절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도키마
쓰라린 이별 뒤로 하고 왕자비 올라 “아무래도...네가...티엔 라차 왕자에게 시집을 가는 수 밖에 없겠다” 수리요타이는 아버지의 말씀이 예리한 비수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아버지 휘하의 장교 쿤피랍토라뎁과 남들은 다 아는데 둘만 모른다는 ‘남몰래 사랑’을 쌓아가고 있었다. 딸의 연애를 눈치채고 있었기에, 스리수렌도 그런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지만, 딸이 왕자의 배필이 된다는 것은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이런저런 것을 떠나 제왕의 청혼(請婚)을 어찌 거절한단 말인가. 스리수렌은 아유타야 왕국의 지방 영주였다. 얼마 전, 영지에 아유타야의 제왕 체타(라마티보디 2세)가 사냥 여행을 왔다. 왕은 사냥도 잘됐고 극진한 대접에 매우 흡족했다. 그는 기분 좋은 연회를 즐기면서도 아름답고 현숙해 보이는 한 소녀를 계속 주시했다. 사실, 왕은 전부터 스리수렌의 딸이 왕자비로 손색없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마침(?) 이곳에 온 김에 수리요타이를 관찰하고, 마음에 들면 아예 청혼을 할 작정이었다. 그리고.....왕은 그렇게 했다. 수리요타이에게 쿤피랍토라뎁과의 이별은 죽을 만큼 힘든 일이었지만...제왕의 청혼을 거절한다? 어떤 일이 생길지는 자명하다. 늠름하고 다정하
"우웩! 웩!” 생전 처음 타보는 거대한 목선. 노예선의 갑판 아래는 비린내, 땀 내, 음식 냄새, 온갖 악취가 섞여 창자까지 뒤트는 듯한 배멀미를 더했다. 비천하고 무식한 뱃 놈들의 비아냥거림과 희롱은 더 참을 수 없었다. 가져다주는 음식을 쏟아버리고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른다. “나를 당장 고향으로 돌려보내란 말야!!!!”... 돌아오는 건 불이 번쩍하는 따귀 뿐이다. 성직자의 딸에서 한순간 노예로 알렉산드라는 꿈을 꾸는 듯했다. 고향인 우크라이나 로하틴 지방의 조용한 마을에 타타르족 노예사냥군들이 들이닥쳤다. 저항하는 남자들은 너나없이 죽어 나갔고 집들은 불탔으며 포로가 된 사람들은 굴비처럼 엮여 어디론가 끌려갔다. 마을 정교회의 사제였던 아버지 밑에서 어려서부터 신실한 신앙인으로 교육받아 온 10대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두렵고 충격적인 순간들이었다. 어부들이 실한 생선을 고르듯 타타르 도적들은 건장한 남자, 약골 또는 병자, 젊고 아름다운 처녀, 늙었거나 박색한 여자로 포로들을 분류했다. 알렉산드라는 타타르인들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여러 날 동안 윽박을 당한 후 크림반도에 있는 크림칸국의 궁정으로 끌려갔다. 이제 그녀의 운명은
소르칵타니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생소하다. 어쩌면 징기스칸을 직계 조상으로 여기는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의 몽골계 국가를 제외한 全세계인에게 낯선 이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여인이야말로 13세기 지구상에서 가장 힘 센 여인, 아니 사람이었다. 소르칵타니는 징기스칸의 사후, 그 피비린내나는 후손들의 싸움에서 오직 지혜와 끈기로 최후의 승자가 됨으로써 그녀의 아들들을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지역, 그리고 광활한 아시아 대륙의 패자로 이끌었다.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 칸(4남), 일 칸국의 창시자 훌라구(6남), 몽골제국의 4대(代) 칸 뭉케(장남), 몽골제국 5대(代) 칸 아릭 부케가 그의 태에서 나왔다. 소르칵타니 베키는 1190년 생으로 케레이트 부족의 지도자 옹칸의 동생인 자하 감보와 바이시 사이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 부족의 유력한 집안 귀한 딸이었던 셈이다. 포로로 끌려와 징기스칸의 며느리되다 징기스칸이 몽골지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아직 대칸에 오르기전- 케레이트 부족이 그에게 투항했을 때 소르칵타니도 포로로 잡혀왔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네스토리우스 파 기독교도로 알려져있다. 문맹이지만 매우 영특했다고 한다. 그녀의 어떤 점을 눈여겨 봤는지
4월 3일 부천 원미산 진달래 동산에서 부천종합운동장 방향으로 내려다 본 풍경. 우주선처럼 내려앉은 운동장과 진달래 · 벗꽃이 인공구조물과 자연의 절묘한 조화를 합작해 낸다. 부천시는 4월 2일부터 부천원미산 진달래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평일임에도 구름처럼 모여든 관람객들은 색색의 패션을 뽐내며 진달래와 어우러진 '사람 꽃'이 돼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원미산은 한자로 遠美를 쓴다. 진달래 꽃동산에 서니 원미(遠美)라는 말은 당치도 않다. 여기 바로 미(美)가 펼쳐져 있잖은가? (사진: 다문화채널)
하우재 찻집 詩人 박인걸 타박타박 오솔길 걷다 보면 한들한들 풀꽃이 나를 반기네 고갯길 넘어 넘어 하우재* 다다르면 햇살 가득 품은 찻집 뜨락에 멜로디 흐르는데 재 너머 하늘 위로 흐르는 뭉게구름은 찻집 그윽한 커피 향기에 취해 지나가는 나그네 쉬어가라 하네 머물다간 그 찻집 그 자리에는 아련한 추억의 향기만 서린다. *시흥에서 부천시 넘어가는 고갯길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
정글에서 탈출 詩人 박인걸 빌딩 사이로 겨울 찬 바람이 불어 내 겨드랑이를 지나 다시 목을 휘감아 돌아서 머리 위를 스치면 머릿속에 잠겨 있던 정신이 번쩍 든다 오늘 할 일이 무엇이지 그렇지! 어제 못한 남은 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이 변함없이 바쁘게 굴러가는 동안 일과의 지친 내 심신은 비틀거리고 흐느적거리는 좀비 되어 눈이 퀭할 때 거리에 수많은 사람과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어둠이 내리면 빌딩에 불빛이 정글의 야수의 눈으로 빛을 쏘며 내 불빛이 밝은지 네 불빛이 밝은지 으르렁거리고 서로 잡아먹을 듯 빛을 마주쳐 싸울 때 힘없이 걷던 발걸음은 불빛이 무서워 마구 달려 지하로 내려간다. 이제 안심이다. 한숨을 내리 쉰다 한숨을 쉬고 나니 또 다른 정글이 기다린다 불빛이 아닌 회색 기둥 사이로 굉음을 울리며 포효하는 맹수처럼 나타난 지하철에 수많은 무리가 무섭게 달려들어 간다 이 정글에서 언제쯤 탈출할까? 괜한 걱정에 용기 없는 하루를 보낸다.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