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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향기 속으로

<이념의 늪> 시인 박인걸

이념의 늪

박인걸 詩人

 

옳은 말은 옳은 말이 아니고 틀린 말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설파(設破)하며 인간의 두뇌를 교란할 때
옳고 그름이 누가 주장하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수많은 무리는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각각의 색깔 깃발 아래 머리를 조아린다.

 

한 세기 지나버린 낡은 책 한 권
그 위를 기어가는 지렁이 같은 문자의 얽매인 노예 되어 
내 인생, 네 인생을 걸고 저마다 소리를 내며
내일이 없는 종말을 고하듯 죽기 살기로 피를 뿌린다.

 

죽음과 탄생이 반복되어 새로운 세대가 새 시대를 창조하여도 
무의미하게 남겨 놓은 이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빠져나온 가련한 존재들은 
우주 안의 한 줌도 안 되는 조그만 돌덩어리 벼랑 끝에서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붙들고 매달리고 애원하며 
피눈물 뿌리는 역사의 굴레 속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다시 사라지는 끝없는 어리석음의 연속이다.

 

선은 선이 없고 악은 악이 없다는 이념 없는 세상 
언제쯤 찾아올까 물음에 
우주의 조그만 돌덩어리가 수억 년 흐른 뒤 
먼지 회오리 난무하는 붉은 행성같이 변하여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그때가 아닐까.

 

 

작가 약력  박 인 걸                                   
서울 生
2010년 국제문예 수필부문 등단 
2017년 한빛문예 시 부문 등단
2020년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몰락과 부활1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한국강사협회 회원.